in the house는 멤버들이 자신의 것을 나누고, 정을 나눕니다. 세번째 인터뷰 주인공인 하이디는 in the house에서 누구보다 정을 나누는 멤버입니다. 하이디의 in the house는 어떤 공간이었는지,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정혜윤입니다. 사람들이 하이디라고 더 많이 알고 있고, in the house 뿐 아니라 밖에 사람들도 하이디라고 많이 불러요. 여러 연령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게 주업이고, 장래희망이 과자가게 할머니라서 열심히 과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Q. 하이디라는 별명을 사용하셔서 1년 넘게 하이디를 알고 지낸 사람들도 혜윤씨라고 하면 못알아들으시는 분들이 진짜 많아요. 가족도 하이디라고 부르나요?
A. 저도 제 본명이 어색할때가 많아요. 엄마는 울산에 안계시기도 하고 제가 시시콜콜 다 말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잘 모르세요. 대신 이모는 울산에서 식당을 하셔서 친구들과 자주 가고해서 하이디라고 알고 계세요. 하지만 공주야라고 더 많이 불러주시죠. 이모가 기분 좋을때만.
Q. 아하. 울산 사람인줄 알았어요!
A. 네. 원래는 부산 사람이고 일하기 시작하면서 울산에 왔어요. 15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이제 거의 울산 사람이죠. 울산 지리를 더 잘 알고. 사람들이 “하이디, 나 부산 갈건데 어디가 좋아?”하고 물어보면 저도 검색해봐요. 이제 부산은 정말 놀러가죠.
Q. 머리 색은 원래 노란색은 아니시죠?
A. 그런 질문 진짜 많이 받아요. 남자친구 아버지도 물어보셨어요. “니 진짜 머리가 노랗게 나나?”하고 물어보시기에 “영어 선생님인데 당연히 노란색이지”하고 장난쳤던 기억이 나네요.
Q. 그럼 꾸준히 탈색을 하시는거네요?
A. 네. 원래 아주 어두운 갈색 머리에요. 7년 전에 영어 선생님이 10명 가까이 되는 학원에서 일했는데 “너네 영어선생님 누구야?”하고 애들한테 물어보면 덩치 큰 선생님, 목 쉰 선생님이라고 하더라고요. 제 특징이 그렇게 기억되는게 싫어서 탈색을 시작했다가 이제는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렸어요.
Q. 노란 머리가 하이디라는 이름이랑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A. 근데 알프스 하이디는 머리가 안노래요. 머리 짧은 아이와 머리 노란 아이가 있는데, 노란머리 아이는 클라라에요. 하이디는 얼굴이 동글동글하게 생긴게 닮아서 외국인 친구가 지어준 이름이에요. 사실 저는 처음에 하이디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독일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인 줄 알고 너무 좋다고 했었는데 알프스였어요.
Q. in the house 활동한지 얼마나 되셨죠?
A. 2016년 5월부터 활동했고, 작년에 한 해 쉬었어요. 제가 고양이를 돌보게 되면서 서로에게 시간이 많이 필요했어요. 일, 베이킹, 고양이 모두 챙기려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없어 in the house 활동을 좀 쉬었었죠.
Q. 그때보다 고양이 가족이 더 늘어서 여유가 없으실텐데?
A. 뭉치와 솜이가 엉아, 누나가 되니까 좀 덜 불안하다고 할까? 그리고 저도 여유가 좀 생겨서 수업 중간에 짬이 나면 가서 돌보고 해요.
Q. 고양이 가족 소개시켜주세요.
A. 솜, 뭉치, 치코, 봉자 이렇게 네 친구에요. 솜하고 뭉치는 한 배에서 난 남매에요. 털이 길고, 눈이 아주 크고, 엄청 순하고, 양보를 좋아하는, 엄청 착한 고양이들이에요. 치코는 작년 6월에 in the house 멤버가 차 밑에서 버려져 혼자 떨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고, 제가 임시보호를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이름도 붙이고 정이 들어서 같이 살게 되었어요. 봉자는 가장 최근에 온, 아마 2018년 9월에 태어난 친구에요. 저희 이모가 밥 주는 자리에 갇혀있는 친구를 구해주면 자꾸 따라와서 이모가 저에게 전화하면서 같이 살게 되었어요.
Q. 치코와 봉자는 아픈 친구들이었어요. 함께 살겠다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A. 네. 쉽지는 않았는데, 제가 생각이 별로 없어요.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나? 하고 싶나?‘를 고민 한 다음에 바로 하는 편이에요. 조금 무책임하게 같이 살기로 했나 싶기도 한데, 그냥 그 순간의 마음이 그랬어요.
Q. 하이디는 정말 마음이 따뜻하네요.
A. 아니에요. 저 정말 냉철해요. 동물 친구들이랑 같이 사는 분들은 한 번씩 다 생각할걸요?
Q. 동물 친구들에게도 정이 많지만, 하이디가 원래 정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서 멤버들에게도 많이 베풀잖아요?
A. 그것도 제 성격의 일부인 것 같아요. 계속 말하지만, 저는 생각이 짧아서 ’지금 해주고 싶나? 무리 없이 지금 해줄 수 있나?‘를 생각한 다음에 할 수 있다면 해주는 것 같아요. 대단히 따뜻하고 큰 마음보다는 지금 해주고 싶다라는 단순한 마음인 것 같아요.
Q. 그래서 사람들이 더 하이디에게 마음을 주는 것 같아요
A. 엄청 감사하죠. 제가 in the house에 오면서 제일 좋은건데요, 저는 학창시절에 “안녕, 나는 누구야”라고 인사를 먼저 건네본 적도 없고 동아리를 가입해본적도 없어요. 당연히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람들이랑만 지냈죠. 제가 관계를 개척해본 적이 없는데, 나이가 드니까 이런 제 모습이 싫더라고요. 근데 공간에는 다 잘하려고, 잘해주려고, 좋은 마음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다보니 제가 먼저 다가가는게 많이 어렵지 않았어요.
Q.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줄 몰랐어요. 전혀 그렇게 안보이는데?
A. 알고보면 저는 사람을 진짜 좋아하고, 외향적이에요. 저는 힘들고 괴로울때는 꼭 누군가와 같이 어떤 활동을 하고 싶어하거든요. 꼭 아픔을 나누지 않더라도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해져요. 이게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먼저 말을 못거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죠. 이제는 많이 용감해져서 먼저 말을 걸고 다녀요. in the house에 와서 제가 아주 긍정적으로 바뀐 부분인 것 같아요. 지금 하나의 마음을 보여주면, 그 마음이 돌아오지 않아도 다 함께 따뜻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용기가 난다고 해야하나?
Q. 빵이나 요리로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시는 것 같아요.
A. 작년부터 여행갈 때 마들렌이나 쿠키를 가져갔어요. 길을 물어보거나 도움을 받고 난 다음엔 제 얼굴 스티커가 붙은 포장지와 함께 과자를 주는거에요. 그럼 사람들이 엄청 행복해하는데 제가 더 기쁜더라고요.
Q. 어떻게 그런 생각을?
A. 그냥 무작정 했던 것 같아요. 난 여행자니까 당연히 길을 물어봤는데, 사실 제가 그 사람들의 시간을 뺐은거잖아요. 엄청 미안한 일인데 나는 고마워하면 끝이니까. 그래서 과자를 가져가보면 어떨까했는데 너무 좋아해줬어요. 어떤 카페 계신 여자분은 과자를 받고서는 나에게 다시 선물을 줬어요. 그럼 난 다음 여행에 다시 그 카페에 가서 또 과자를 주고. 소통을 자주하지 않지만 그곳으로 여행가면 들릴 곳이 생긴거죠.
Q. 취미로 빵을 굽고, 이제는 ’하이디브롱키스‘라는 이름으로 판매도 하시잖아요?
A. 하하. 할때마다 달라져서 하이퀄리티는 아니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Q. 겸손하시네요. 플리마켓에 나가시면 항상 완판하시는데요?
A. 제가 홍보를 열심히 하기도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서있으니까 지나가는 분들이 또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사실 in the house가 본격적인 베이킹의 시작이었어요. 그 전에도 베이킹을 하고 있었지만 공간에서 멤버들에게 먹어보라고 권하고 피드백 받고, 이름없는 마켓(in the house 스페셜이벤트)에서 팔아보니까 재밌고. 그래서 더 재밌게 베이킹을 하게되고. 저한테 엄청 의미있는 한발자국이었어요.
Q. 브라우니가 이제 ’하이디브롱키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어요. 판매도 하시는 그 브라우니의 레시피를 멤버분들에게 그냥 알려주셨어요. 미래의 내 밥벌이가 될 수도 있는 정보를 그냥 알려주기 쉽지 않았을텐데?
A. 레시피 있다고 똑같이 못해요(웃음). 시중에 엄청 유명한 제빵사 제과기능장들이 만든 유명한 책이 많지만 우리가 똑같이 따라하지 못하잖아요. 레시피는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영어수업하는걸 다른 사람들이 녹음해가도 저랑 똑같이는 못하거든요. 손이 다르고, 집에 있는 오븐이 다르고, 다 달라요. 모두에게 결과물이 다 같지는 않으니까 멤버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또, 나중에 과자집 차리면 클래스도 열텐데 그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제가 고마운 일이죠.
Q. 미래의 과자점 이름도 ’하이디브롱키스‘로 하실건가요?
A. 아직 정하지는 못했는데 아마 그때까지도 하이디라는 이름을 쓰지 않을까요? 제가 과자점이 꿈이기 전에는 술집이 하고싶었어요. 남자친구가 계란말이를 엄청 잘하고 저는 굴계란찜을 잘해서 짐&매리로 이름을 정했었어요. 지금은 꿈이 바뀌었지만. 아무한테도 말해주면 안되요. 누가 따라하면 어떡해. 상표등록을 하던지 해야겠어요.
Q. 맞아요. 하이디는 요리도 잘하시잖아요?
A. 제가 술을 좋아해서...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으면서 그냥 술이 먹고 싶은 날이 있어요. 하지만 쓸쓸함은 느끼고 싶지 않아서 소중한 나에게 잘해주기 위해 안주를 하나씩 하다보니 요리가 많이 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는 요리들이 다 술 안주 느낌이죠. 가리비 찜, 오뎅탕... 안주요리들을 모아서 공간에서 하자카야 프로그램도 열고요.
Q. 일본쪽 요리가 좀 많으신 것 같아요.
A. 맞아요. 제가 일본여행을 굉장히 많이 다녀오기도 했고. 쯔유를 넣으면 맛이 다 나서 야매로 하기엔 그렇게 좋은게 없거든요. 다시마보다 더 위에요. 몇십년 전통의 쯔유도 있어요. ’3대째 내려오는 맛집, 비결은 쯔유‘ 막 이렇거든요. 그렇다보니까 그게 제일 간단해서 많이 하는 것 같아요.
Q.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일은 없나요?
A. 그림그리기! 이 얘기를 하자니 또 in the house랑 관련되어있는데 PPL인가요. 예전에 호이화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수채화를 배워서 하나는 액자에, 하나는 캔버스에 걸어놨어요. 최근에는 일러스트 프로그램에서 네모와 동그라미로 모든걸 그릴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재밌더라고요. 제 나름의 레시피 옆에 그림을 조금 그려서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제 2019년의 목표에요. 그냥 늘 하던대로 살고, 늘 만나던 친구들과 만나면 물론 너무 즐겁고 좋지만, 새로운 직간접적 경험을 해보면 더 구체적으로 다른 목표가 생기기도 해요.
Q. 올해 결혼도 계획하고 계신데?
A. 네. 제가 만약에 원래 70점이면 남자친구로 인해 80점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끝. 더 이상 할 말 없어요.
Q. 기억에 남았던 프로그램은요?
A. 나는 절대 못해라고 여겼던 걸 해낸건 다 기억에 남아요. 호이화실이나 양모펠트같은 만들기 하는 프로그램 좋아해서 기억에 남아요. 역마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어요. 낯선 사람과 여행하는게 즐거운 일인지 처음 알았어요. 지형씨, 김작가의 와인프로그램이나 이름없는 마켓도 너무 재미있었고요. 2016년 크리스마스파티! 그때 제가 노래를 했는데 너무 긴장해서 하이네켄 케이지를 다 마셔버리고 목이 잠겼었어요. 하지만 너무 즐거웠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Q. 하이디에게 in the house란?
A. 내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다섯명의 합이 나래요. 그런 의미에서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곳. 여러면에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곳이에요. 내가 몰랐던 나의 어떤 면을 마주하고 못할 것 같았던 일을 하게해주고. 지금 80점의 하이디 중에 한 2점은 in the house거라고 할 수 있겠다.
Q. 하고싶은 말?
A. 결혼식 피로연 여기서 해도될까?